법정스님을 그리며2007.01.31 15:19 | 법정스님 | 야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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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을 그리며






오늘 저는 계속 양방언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왜 이 노래 속에서 법정 스님을 떠올리는지..?
오늘 이 밤 저는 그 분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 분의 꼿꼿한 그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법정스님의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당시에는 무소유와 영혼의 모음 두권 밖에 없었는데
그 책을 읽고 뒤에 번역하신 불서들을 힘들게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당장 그 분을 찾아 뵈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지만
실제 스님을 찾아뵌 것은 대학 입학 후 7일인가 지나서였습니다.
제 방랑의 제일 시초였던 분이시지요. 법정스님이.. 
당시 불일암에 계시던 법정스님을 물어물어 혼자서 찾아 갔습니다.
 
혼자 그곳 암자까지 찾아 들어온 여대생에게 
스님은 아무 말씀없이 그냥 차를 한잔 끓여주셨습니다.
저도 그때의 그 적막함이 너무 좋아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차를 홀짝거리면서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도 저는 법정스님을 몇번 더 찾아뵈었고
갈 때마다 고요히 차를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님을 뵙기 위해 송광사 수련회에도 몇번씩 참가 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날 송광사에 있을 때 일입니다.
당시에는 법정스님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서
불일암을 찾는 이들이 제법 많을 때였습니다.
그날따라 아랫 절에서 행사가 있어서
부엌일을 하시는 보살 아주머니나 행자 스님 두 분이 모두 점심이 늦어졌습니다.
마침 법정스님도 출타중이고 계시지 않은터이라
행자스님들은 보살 아주머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그냥 한 상에
밥을 차려놓고 허겁지겁 먹고 있었나 봅니다.
그때 마침 출타하였던 법정스님께서 이 모습을 보시고는
얼마나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행자들을 야단을 쳤는지
적은 것에 흩뜨려지면 큰 것도 흩뜨려지게 되어 있다고...
불일암에 갔던 친구들이 혼비백산하여 내려와서
법정스님의 그토록 얼음짱같은 매정함을 맹렬히 비난하였습니다.
당시 법정스님은 지금보다 더 냉정하였고,
애써 불일암에 찾아 온 사람들을 본척도 하지 않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제법 원성을 들을 때였습니다. 그때의 비난이 상상이 가시지요?
꼭 그렇게 따로 상을 보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냐고...
부엌일하는 사람을 위해 간단히 한술 뜨려했는데..등등


근데 저는 그때 그런 법정스님이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음!
자신에게 단 한순간이라도 깨어있지 않는 순간이 있다면
어떻게 수행자라고 하겠습니까?
그 철저함. 그 분명한 자각이 한없이 저는 좋았습니다.
 
이후로도 저는 법정 스님을 뵙기위해
그 분이 나타나는 장소들을 제법 찾아 다녔습니다.
그 분 스스로 사람들을 피해 은둔해버렸기에..

 
몇년 전에는 길상사 수련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그 해 수련회는 법정스님께서 강사로 5번이나 나오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신청을 하고 이제 정말 노쇄한 스님의 모습을 상상하였습니다.
저도 늙었지만 저만큼 스님도 늙었으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근데 스님은 마치 30대 청년처럼 정정하게
전혀 흩트러지지 않은 몸가짐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빳빳한 먹물 삼베옷 가사를 걸치셨는데
스님께서 늘 몸소 옷을 빳빳하게 풀을 먹여서 입으신다고 하셨습니다.
스님의 그 삼베옷이 얼마나 정갈하든지...
혼자 몸으로 산 속에 사시면서도
그 자세..그 차림 어느 하나 허술함이 없었습니다.



강의 이틀째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 완전히 퍼붓듯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휴식 시간이었는데 그 비속에 모두들 낮잠을 취하기도 하고
잡담을 하기도 하곤 하는데..
불현듯 어제 새벽 산행에 길상사 뒷산에서 본 작은 폭포가 떠올랐습니다.
이 엄청난 빗속에 그 폭포의 물 떨어짐이 얼마나 대단할 것인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어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산 하나를 바쳐들고 그 빗속을 뚫고 산 속으로 올라갔습니다.
한참을 걸어 폭포에 이르니
그 빗속에 나보다 먼저 와서 폭포의 장관을 넋을 잃고
바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아! 그 분은 법정스님이셨습니다.
완전히 폭포의 흐름에 동화된 듯 내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넋을 잃고 폭포를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 분의 그 고요를 차마 깰 수가 없어서
저도 그냥 옆에서 한참을 자연이 주는 그 엄청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서있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법정스님께서 먼저
곧 날이 어두워 질터이니 이제 내려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빗속을 우리는 고요히 서로의 침묵에 빠져 묵묵히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도중에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법정스님은 가시다가 몇번이고 길을 멈추곤 하셨는데
한참 후에야 길이 험하거나 웅덩이가 있는 부분에 내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스님 저는 산이라면 아주 베테랑이니까 아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하였더니
헐헐 웃으시면서 "베테랑, 좋지." 하시고는 어떻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짧게 "좋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요.
뭐가 어떻는지를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기에..
 
조금 앞정 서 걷는 법정 스님의 꼿꼿한 허리를 바라보면서
왜 이제 이 분을 뵙는 것이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는지...?







그 이후 아직 저는 법정스님을 다시 뵙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간간히 노쇄한 그 분께서 깊은 산중에서 홀로 밥을 하고
빨래를 하시는 모습을 떠올리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오늘 이 음악을 들으면서 왜 이토록 법정스님이 떠오르는지...
아니면 계속 추운 겨울을 나시는 법정스님을 내심 계속 염려하고 있었는지..
이 밤 오늘 저는 못견디게 법정스님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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