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까지 오는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 하여라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이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 하여라


아,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조병화 시인' 마지막 시집에서

                             199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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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다죽어 널브러진 낙엽사이로

옅은 녹색을 띤 생명이 솟아난다.


이른모를 들꽃 일수도 있고

잡초 일수도 있다.


내게 보이는건 생명이다.

옅은 녹색은 생명이라고 인지 되어 있다.


내 머리가 그렇게 말할 뿐이다.

그러나 내 가슴은 안다.

온갖 색으로 피어나는 생명이

한 겨울에도 움트고 있음을


그러나 비가 내리는 이른 봄엔

널브러진 생명들이 있음을 알린다.


또 한단계

업을 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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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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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며 꺼져 가는

운명을 보라.

 

애절함이 분노처럼 끓어 넘치는

차라리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장엄한 이별

저토록

처절한 아픔을 어이하리

저토록

처절한 사랑을 어이하리

 

해질 녘

붉은 물결에 꽃 그늘로 지는 바다.

 

- 반 영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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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처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 서 정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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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긴 했지만

서린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날 걸어 보라라 !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번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에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로버트 프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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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상에 매어 달린다.

언덕과 꼭 에워싼 팔로---.

두려움을 몰아내려 벽 안네 또 벽을 쌓으며.

하지만 사고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사고는 두려움 없는 두 날개를 가진 까닭이다.

 

지상의 포옹 속에 안간힘 쓰며

눈과 모래와 풀밭 위에 남긴

사랑의 흔적을 본다.

그런게 사랑이고 사랑은 또 그러길 원한다.

그러나 사고는 발목에 조인 족쇄를 떨처버린 것이다.

 

사고는 별 사이의 어둠을 가르고

밤새도록 천랑성 위에 않았다가

날이 밝으면 다시 날개를 퍼득여

깃털마다 타는 냄새를 풍기며

태양을 지나 지상의 집으로 돌아 온다.

 

사고는 분명 천상에서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사고는 다른 별에 용해된 아름다움을 찾아

먼 여행을 하지만, 사랑은

매인 체 지상에 머물러 그  모든것을 소유한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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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시나무가 없는 길을 찾지 않는다

슬픔이 사라지라고도 요구하지 않는다

해가 비치는 매일도 구하지 않는다

여름의 바다도 구하지 않는다

 

빛나는 햇빛과

영원한 낮만으로는

대지의 초록은

시들고 쇠한다

 

눈물이 없으면

세월을 통해서

마음의 깊은 속은

희망의 봉우리를 닫는다

 

인생의 어떤 곳이라도

정신을 차려 갈고 일군다면

풍요한 수확을 가저다주는 것이

손이 미치는 범위에 많이 있다

 

- 사 무 엘 울 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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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옆에

들국화 피어

화안히 웃듯이

 

갈대 옆에

갈대 모여

정답게 속삭이듯이

 

내가 슬플 때

함께 슬픈 네가 있다면

우리는 외롭지 않겠지

 

내가 기쁠때

함께 기쁜 네가 있다면

우리는 외롭지 않겠지

 

외롭지 않은 우리

행복한 우리가 함께 있다면

세상은 온통 꽃밭이겠지

 

캄캄한 어둠과 폭풍우를

함께 밀고 나가는

크나큰 힘이 되겠지

 

- 허 영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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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여

 내 너를 못 꺽는 것은

도덕심 때문이 아니다

 

잊지 말 것은

너 피어나기까지

기쁘고 슬프고

또 많이 아팠던 일

 

눈부신 빛깔

드높은 향기

공교히 어여쁜 몸짓

 

눈물겨울이여

두려움이여

가이없는 고즈넉함이여

 

내 손이 꺽기에는

너무나 송구한

크나큰 우주여

 

- 허 영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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