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

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를

무심코 힘껏 밟고 가다가 알았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지상의 바람과 햇볕이 간혹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뿌리의 눈물을 훔처 준다는 것을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로 가서

다시 잎으로 되돌아 오는 동안

다산이 초당에 홀로 앉아

모든 길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어린 아들과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며

나도 눈물을 닦고

지상의 뿌리가 되어 눞는다

산을 움켜쥐고

지상의 뿌리가 가야할

길이 되어 눕는다.

 

- 정 호 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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