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받아 들고 창가에 않았다.

입추가 어제인데 한여름 폭염은 계속되고 비가 행인들의 걸음을 제촉한다.

급히 또는 뚜벅으로 지나는 발, 그 밑을 스치는 신발들 오늘 일에 맞추어서 각양각색으로 예쁘다.

우리 삶을 지탱하고 나름의 목표로 이끌어 주는 각자의 소임을 충실히 하고 있다.

 

문득 초등하교 시절 기록된 영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박주용' 이란 반우의 발이다.

당시 교실 바닥은 마루가 깔려 있었고, 수업이 끝나면 책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학생들이 쓸고 닦고 청소를 한다.

모두가 분주한데 반장인 주용이는 이리저리 지시하며 서성이는데, 걸레를 밀고 업드린 자세로 힘차게 달리던 걸레에 뭔가가 부딪혀 나둥그러지고 말았다. 언둣 스처 보이는 통통하고 곱게 생긴 발등을 본것 같았다. '야 임마 똑바로 보고 못해' 호통에 엉거주춤 돌아않으니 발이 보였다. '어쩌면 저리 발이 예쁘지?'  

당시 우리집은 부친의 큰 실수로 집은 거덜나고 종고산 중턱 판자집에서 여섯식구가 끄니 때우기도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러니 내 건강은 말이 아니었겠지. 부러웠고 내가 챙피해서 '미안해' 하고 일어섰다.

가사가 빈궁하고 끄니 먹는게 어려우니 공부는 나에게 필요 없는 아니 배부른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중간 성적은 유지된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6학년 말쯤 이런일이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큐 테스트(지능적성검사)를 실시 했다. 문제를 풀고 답하는 형식 이었는데 장수가 꾀 많았다. 문제지를 풀어 가는데 왜이리 쉽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여태 본 시험중에 제일 쉬운것으로 기억되었다. 

한달쯤뒤 단임선생님(이경휘선생님)이 '너 내일 아버지 모시고 와' 엄명이 내려서 뒷날 아부지를 모시고 학교엘 갖는데, 뒷예기가 놀라웠다. 전교에서 내 아이큐가 가장 높았다고, 주용이하고 같았다고, 그런데 주용이는 전교 일등이고 난는 중간 성적이라고, 공부하면 되는 아이라고, 부친의 어깨가 한껏 올라 가셨을 것이다.

일주일 뒤에 교실에서 떠든다고 주용이가 던진 팬(잉크를 찍어서 쓰는 팬)에 뒷목에 꽃혔다. 그도 당황 했던지 내뱉는 말이 '너하고 아이큐가 같은 것은 채점을 잘못해서 그런거야, 그러니 까불지마' 

 

주용이는 그뒤 세무공무원이 되었고 일찍 하늘로 갖다고 전해 들었다.

 

이제 정리가 조금되어지는것 같다.

태평양 바닷가에서 크게 숨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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