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을은 도토리에서 시작 한다.

왕방울 만한 도토리가 고공 행진을 시작하면 가을이 오는 것임을 알린다.

도토리가 얼마나 큰고 하니 다람쥐 머리에 맞으면 졸도 할 만큼은 크다.

이게 지붕으로 장독으로 페리오의 테이블 유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온 집이 드럼으로 변하여 가을의 멜로디가 집안을 감싼다.

우리집 아니면 들을수 없는 환상곡이다.

이것들을 주어 모아 도토리묵을 만들어 보겠다고 부지런히 주어 모아 말렸는데,

돌 맷돌이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한단다.

분쇄기로 갈면 분쇄기 3개는 잡아 먹는다니, 포기하고 모두 쓰래기 통에 버리고 말았다.

도토리가 어느정도 떨어지면 이제 낙엽과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낙엽을 밝고 감상에 젖기에는 그양이 어마어마 하다.

틈 나는데로 글어 모아서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는데,

허리케인이 온 뒤에는 26봉지를 담아 내어야 했다.

머리들어 하늘을 보면 약간의 걱정이 든다.

아직 남아 있는 잎새가 수도 없이 많은데 ... 한숨이 나온다.

잎이 거의 지고 나면 이번엔 다람쥐와 싸움이 시작된다.

이놈들이 날씨가 차가워 지니 먹을 양식을 비축하고 다닌다.

지내들 양식 비축하는데 내가 도움은 못줄 망정 나무라지야 못하겠지만,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다.

여름 내내 땀흘려 가꾸어 놓은 꽃밭을 사정없이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귀엽고 예쁜 꽃들을 파헤치고 그곳에 도토리를 파뭍어 두는 것이다.

제발 다른곳에 파뭍으라고 애원해도 소용 없다.

그곳이 파기가 좋고 숨기기에 안성 마춤인 모양이다.

지네들 양식도 중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꽃나무를 뽑아 놓으니 전쟁을 치룰수 밖에 없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우리의 가을은 이래서 심심하지는 않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우리들 마음을 그렇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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