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이렇게 하루종일 내리는 일은 이곳에서는 흔치 않는 일이다.

보통 소나기 한번 퍼붓고 햇볓이 쨍하고 무더위를 쏟아 붓는데, 모르긴 해도 정오쯤엔 햇님이 웃을거다..


이번주에는 그런데로 나를 잘추슬렸다.

빈둥데다 향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일에 열중하다 보면 일자체에 재미를 얻어 병걸릴 시간이 없어진다.

월요일에는 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도로 공사를 했다.

집앞 주차공간이 차 두대를 주차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차가 밖으로 나갈려고 후진하다가 바퀴가 잔디밭을 뭉개버려서

잔디가 망가진곳을 보수하려 했는데, 그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손을 못데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LA 사는 승기(수지 남편)의 조언으로 벽돌로 하기로 마음먹고 $90을 들여 차바퀴 지나가는 곳만이라도 일단 보수 했다.

당분간은 지장이 없을거 같다.


화요일에는 장작 쌓아두는 틀을 만들었다.

우리집엔 이사와서 나무를 많이 배어내어 땔감이 넘처 난다.

이것들을 틈나는데로 도끼로 페어서 마당 한쪽에 쌓아 두기도하고, 울타리 대용으로 집주위로 뱅둘러 쌓아 두었다.

그런데 나무가 썩어 가면서 온갖 벌레들이 사는 온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자른 나무 기둥을 네귀퉁이에 박고 땅에서 떨어지도록 나무를 가로지른후 그곳에 장작을 쌓아 두었다.

보기도 좋고 벌레도 적게 모여들것 같다.


어제는 아침 일찍 잔디를 깍았다.

우리집 진입로 우측으로 넓은 잔디밭이 있다.

이곳은 시공유지이다.

우리 땅은 진입로에서 우측으로 1m 넓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경계가 없고 사용 하지도 않는다.

전번 집주인이 프로골퍼 여서 진입로에서 우측으로 이곳의 1/3 가량의 잔디밭에 골프장 잔디를 심어놓고 거기서 퍼팅 연습을 했었다고 앞집 할아버지에게 들었다.

그런데 이곳은 시에서 관리를 하는데 풀이 자라면 인부들이 와서 잔디를 깍곤 한다.

처음 이사 왔을때는 인부들이 우리쪽 땅 1m 만 남겨놓고(그러니까 시공유지) 잔디를 깍곤 했었다.

그러더니 어느날부터 골프장 잔디 심어놓은 곳(소나무 우측)은 깍지 않고 가버렸다.

그러니까 공유지의 2/3만 깍고 가는 것이다.

벼르고 있다가 일하는날 왜 공유지를 다 깍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시 공유지는 소나무 좌측이고 그렇게 오더를 받았다고 우기는 것이다.

아마 인부들이 바뀌면서 시관계자 누군가가 잘못 알고 지시 한것 같다.

이것을 바로 잡자니 머리 아프고 해서 내가 깍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30분이면 끝나는 작업을 2시간여 동안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안아야 했다.

아마 우리 텃밭을 경계로 정한 모양이었다.

어제는 잔디를 깍다가 Mower(잔디깍는 기계) 지나는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이리저리 날뛰는 수많은 풀벌레들을 보고 깝짝 놀랐었다.

그동안 무심이 잔디 깍는 것에만 열중하느라 이것들을 보지 못했었나 보다.

기계를 멈추고 유심이 처다보니, 수많은 곤충들이 잔디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하 이것들을 내가 살상하고 있었다니 너무 안스러웠다.

기계를 꺼놓고 의자에 않아 맥주를 한캔 마시면서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우리는 이렇게 수도 없이 생명을, 아무 생각도 자책도 없이 죽이며 살아 가는 구나,

생각하니 가슴 한쪽에 찬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잔디를 멋지게 깍았다.


참 보기 좋다.


그러나 허공에 맴도는 수많은 통곡 소리에 귀가 멍멍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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