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의 비행기속에서 고통으로 머리가 어지러워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타는 매케한 냄새가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여보 뭐타는 냄새가 나는거 같은데"

운희도 벌떡 일어 났다. 집안은 온통 연기 투성이고 타는 냄새가 숨막힐 정도로 진동 한다.

내일 아침 먹으라고 곰국 얼려 놓은것을 불에 올려 놓고 깜빡하고 잠이든 모양이다.

우리 나이에 흔히 있는 일이니 어쩌랴.

한바탕 비상소동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누우니 잠이 들지를 안는다.

새벽 1시이니 시차 때문에 잠자기는 틀린거 같다.

뒤척이다 4시가 지니서 일어났다.

밤새 눈이 제법 쌓였다. 

작년에는 눈이 안와서 올해는 눈좀 오라고 소원을 했더니 내말을 들었나보다.

쌓인 눈을 새벽부터 쓸고 나니 머리도 한결 맑아졌다.

운희는 출근하고, 한달간 쌓인 먼지를 털고 닦고 쓸고, 화분 살피고, 

이제 집안에 사람의 온기가 돈다.

커피 한잔 내려서 햇볕 잘드는 창가에 않으니 새로움으로 온몸이 꽉찬 느낌이다.

커피는 이래야 제맛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제대로된 커피를 못마셔서 목말라 있었는데, 이것도 이제 소원 풀었다.


한국에서의 한달간 있었던 일들이 영상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어머니를 태워서 가슴에 뭍고 왔다.

모진 자식들이 다 나같지는 않겠지만, 죄스러운 마음 뼈가 애린다.

어떤 말을 해도 내 변명일 뿐이다.

저 눈처럼 하얗게 덮어 버렸으면 좋겠다.

반갑게 맞아주던 친구들, 이곳에서 그렇게 애끓게 보고싶던 친구들, 

허나 그들의 사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게 한다.

모여서 밥먹고, 술먹고, 잡담나누고, 당구치고, 화투치고, 그리고는 지자랑하는 그들이 너무 안스러워 보인다.

삶의 길이 올바른 길은 없겠지만 그들의 삶에는 뭔가가 빠져 있는 것을 본다.

허황된 꿈을 꾸는 청년들 처럼...  인생 다살아버린 노인들 처럼...

날 돌아다 볼일이다.


겨울 나무는 다벗어 버리고 속살 내어 놓으니 너무 아름 답다.

그사이로 옆집도 보이고 푸른 하늘도 보이고 별도 도욱 반작인다.

벗고 살면 저리 예쁜데, 남보기도 저리 좋은데,

겨울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커피향으로, 하얀 눈으로, 가슴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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