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ven”

작달막한 키에 야무지게 생긴 아가씨가 외치는 소리에 내영수증을 확인해 본다.

영수증에 “11”이 크게 보인다. 영수증을 들고 비실비실 웃으며 아미고(남미 사람을 여기선 그렇게 부른다)아가씨에게 걸어가서 씩 웃으니 “Eleven?”하고 다시 홧인한다.

햄버거와 스낵이 들은 봉투와 냅킨 그리고 캐찹을 챙겨 들고 탁자로 돌아와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 씹어 우겨 넣는다.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카라 없는 샤스를 입고 쉬는 한쪽 다리를 덜덜덜 떨고 않아서 햄버거를 우걱 거리며 씹어 봐도 나는 한국 사람이다.

Five Guys는 이곳 동부지방에만 있는 햄버거 가게이다. 서부에서 유명한 햄버거는 IN And Out이고,  맥다놀은 세계 어느곳에나 있지만 맛은 이곳보다 못하다. 그래선지 이곳엔 백인들이 그것도 젊은층이 많이 이용한다. 

내가 미국인처럼 먹고 행동해도 미국인이 되지 못하는건 조상이 한국인이니 척보면 누구라도 미국인(백인)이 아님을 안다.

이곳 미국에 온지 2년이 지났다. 이곳의 한인 2세 3세들이 여기서 교육 받고 자라서 유창한 영어로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은 한국인이다. 미국이 세계 인종 전시장이듯 온 지구촌 사람이 다 모여 살아도 백인이 지배하는 나라이니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법에 따라야 하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사는 한인중에는 마치 미국인인양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그들도 집에서는  쌀밥에 김치를 먹고 살아간다. 무엇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떤 사고방식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항상 우리는 한국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도에 독도 이름 새겨 넣는데 앞장서고, 김연하 올림픽 제심하는데 앞장서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한국인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때 그들의 존경을 받을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 어느땅에 발붙이고 살더라도 우리 민족의 정과 예의와 덕으로 삶의 지표를 삼는다면 되는 것이다.   

우리집 현관앞엔 왼쪽에 미국 국기가, 그리고 오른쪽엔 한국 국기가 꽂혀 펄럭이고 있다.

그리고 뒤뜰 페리오도 한국 국기가 팔랑이며 자랑하고 있다.

태극기를 꽂을때 타국인이라고 태러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은것도 아니지만,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집앞 잔디밭에 있는 소나무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온통 걸어 놓은 사건 외에는 다른 일은 없었다. 오히려 태극기를 보고 지나가는 백인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우리말로 인사 하기도 한다. 한번은 한국인 노인이 지나치면서 한국인이세요하고 말을 걸어 왔는데 우리집 뒤 타운하우스에 사신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분이 매주 미주경제(우리말 신문)를 우리집 담에 놓고 가시곤 한다.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일이 마음에 비추어 어긋남이 없을때 삶의 향기가 뭍어 나는가 보다.

파이브 가이에서 백인들 틈에 않아서 햄버거를 씹으며 오늘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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