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의 삶이 어언 3년을 훌쩍 넘어섰다.

사실 처음엔 이곳에 사는 사람들(한인들)의 정서와 사고방식이 사뭇 다른데 거부감이 많아서 3년만 살고 한국으로 들어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들어갈 기회가 왔는데 내가 거부했다. 이곳이 내가 살기에 적소임을 살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곳 사람들이 좋아져서는 아니다. 지금도 동화되지 못하고 거의 혼자 살아 가지만, 난 이곳이 좋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 갈수 있기 때문이다. 

텉밭에는 각종 채소가 자라서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꽃밭에는 각종 꽃들이 철따라 피고지고, 마당의 그늘에 않아 새소리에 취해서 콧노래도 흥얼데 보고,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고 이것들이 자라나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매일매일 감촉으로 느끼며 땀흘려 가꾸는 자연의 호흡을 함께 할수 있다는 것이 더없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싸리나무(사실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다섯그루를 파서 옮겨 심었다. 내키만큼 자란 나무를 파서 옮기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번 봄에 썬룸밑 공터를 그린룸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 했다. 아직 주문한 유리창이 오지 않아 미완성이지만 싸리나무가 창앞을 가려서 이것들을 집우측 마당으로 옮겨 심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자리엔 잔디씨를 뿌렸다. 그런데 이나무가 뿌리는 깊지 않고 옆으로만 뻗어서 뿌리를 많이 잘를수 밖에 없었는데 잘 살아갈지 의문이다. 나무마다 성질이 다르고 화초마다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이를 따라 잡는 다는게 힘들수 밖에 없다. 지난달에는 나무에 주는 비료를 사와서 나무마다 밑둥에 한웅큼씩 주었는데, 블루배리가말라 죽어 버리고 개나리가 시들어 버리고 장미가 말라 비틀어 졌다. 수국도 몇그루 잎이 시들어 버렸다. 그때야 인터넷을 두들어 원인을 알아 보았으니 이놈들도 나를 만나 고생께나 하고 있음이 틀림 없다.

초봄에 비닐을 사와서 온실을 만들어 이곳에다 각종 씨앗을 키웠는데, 싹이 올라와서 좋아라 했는데 어느날부터 싹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것이다. 벌레가 먹나보다 했는데 한달이 지나고서야 비닐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튼튼하다고 너무 두꺼운 비닐을 사서 씌워 놓았으니 햇볕이 들지 않고 온도만 올라가니 썩어서 죽었음을 알았다. 다시 앏은비닐로 바꾸었더니 이번엔 잘 크고 있다. 오늘 여기서 싹틔운 데이지 달맞이꽃을 꽃밭에 옮겨 심었다. 할미꽃은 한주 더키워야 옮겨 심을수 있을것 같다. 

그나저나 다람쥐 때문에 보통 고민이 아니다. 화분이고 화단이고 닥치는데로 파헤쳐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둘러 보지 않으면 화초가 남아 나질 않겠으니 말이다. 아무리 연구해도 다람쥐 못오게 하는 방법은 없다. 그러면 이놈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이또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이놈은 파해치고 나는 뒷수습하고 그러면서 사는게 답인거 같다. 

분재를 배우면서 꺽꽃이에 대하여 들은 상식데로 이것 저것 꺽꽃이를 해보는데 아직 한가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개나리의 경우 잘라서 모래에 심으면 뿌리가 내린다고, 아주 잘 산다고 들었지만 실제는 전부 말라 죽고 말았다. 그래서 모래와 분토를 섞어서 심어 보았지만 아직 사는것 같지가 않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게지.


작년에 씨뿌려 튼튼하게 꽃피웠던 봉선화가 씨가 떨어져서 꽃밭에 여기저기 싹이 올라 오고 있다.

떠나간 님이 다시 온듯 그렇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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