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가 요란하게 6월을 쓰다듬고 지나간뒤, 오늘은 종일 햇무리가 떠있다. 달무리가 뜨면 비가 온다는데 햇무리가 떳으니 낼쯤 바가 오는지 지켜볼일이다.

뻐꾹이가 울고 며느리새가 정적을 깨는 나른한 점심 나절에 한숨 낮잠을 즐겨볼까 하다가 그리던 수채화에 물감을 입히고 있다. 높은 구름으로 희멀게진 하늘이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지만 매일다른 하늘을 한장의 종이에 그려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로는 가능하지만 그림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긴 우리가 다루는 모든게 정확하게는 지금의 현상을 표현할 수 없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예술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색을 입혔든 장미는 피어있다. 때로는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어느날은 정말 아름답게, 또는 추하게, 그렇게 느끼도록 피어있다.

앞집 장닭이 괴성을 지르는 사이로 참새들이 재잘거린다.

장미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사이로 비릿한 밤꽃 향기가 정겹게 다가오고, 비온뒤의 상큼함과 눅눅한 나른함이 6월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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