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아름다운 마무리22010.03.05 22:24 | 법정스님 | 야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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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삶에서 때로는 지녔던 것을
내던져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움켜쥐었던 것을 놓아 버리지 않고는
묵은 수렁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다.

우리들이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
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 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익혀 두어야 한다.
그래야 자혜로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퍼내어도 퍼내어도 다 함이 없이 안에서 솟아난다.
그러나 가꾸지 않으면 솟지 않는다.
어떤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열린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안으로 느낄 수 있으면 된다.
그러나 나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은
가꾸지 않으면 솟아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이웃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즉 이웃과 나누는 일을 통해서
나 자신을 시시로 가꾸어야 한다.
인정의 샘이 넘쳐야
나 자신의 삶이 그만큼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가리켜 시들지 않는
영원한 기쁨이라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
사물을 보는 눈도 때에 따라 바뀐다.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기 때문에 집착할 게 아무것도 없다.

 

삶은 유희와 같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지켜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놓아두고 가기!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이런 연습을 해 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다.

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홀로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엄연한 삶의 길이고 덧없는 인생사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생활의 도구인 물건에 얽매이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의 인생은 추하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을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이제 나이도 들 만큼 들었으니 그만 쉬라는
이웃의 권고를 듣고 디오게네스는 이와 같이 말한다.

"내가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
결승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그만 멈추어야 하겠는가?"





밤이 이슥하도록 글을 읽다가
출출한 김에 차라도 한 잔 마실까 해서
우물로 물을 길으러 간다.
때마침 둥근달이 우물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바가지로 물과 함께 달을 길어 담는다.

하던 일을 마저 하다가 뒤늦게 생각이 나서
길어 온 샘물을 끓이려고 다로의 차관에 물병을 기울이니
함께 길어 온 달은 그새 어디로 새어나가고 없다.



진정한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부라고 잘못 알아서는 안 된다.
부는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차지하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안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우리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그리고 그 그릇에 차면 넘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뒤바뀌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이런 때는 선뜻 책장을 덮고 일어서야 한다.
밖에 나가 맑은 바람을 쏘이면서
피로해진 눈을 쉬게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기분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책에서 벗어나야 하고
또한 책이 나를 떠나야 한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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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아름다운 마무리12010.03.05 22:24 | 법정스님 | 야무나

http://kr.blog.yahoo.com/ramanadass/6510 주소복사





오늘 오후 채소밭을 정리했다.
고랭지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오이넝쿨과 고춧대와 아욱대 등을 걷어 냈다.

여름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 주고
가꾸는 재미를 베풀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가꾸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와 반복의 여지를 남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의 본질인 놀이를 회복하는 것.
심각함과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 존재의 기쁨을 누린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자연과 대지, 태양과 강, 나무와 풀을 돌아보고
내 안의 자연을 되찾는다.
궁극적으로 내가 기댈 곳은
오직 자연뿐임을 아는 마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거듭난다.
진정한 자유인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한다.
그것은 삶에 새로운 향기와
빛을 부여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한다.
맑은 가난과 간소함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소유의 비좁은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또한 단순해 지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줄 안다.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서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진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가릴 줄 안다.
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제품을 사용하면서
‘어느 것이 진정으로 내 삶에 필요한가,
나는 이것들로 인해 진정으로 행복한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하여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그리고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 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머지않아 늦가을 서릿바람에
저토록 무성한 나뭇잎들도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빈 가지에 때가 오면
또다시 새잎이 돋아날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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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2010.03.05 22:29 | 법정스님 | 야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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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은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라. 

 

홀로 있지 못하면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는다.

홀로 조용히 사유하는,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전체적인 삶의 리듬 같은 것이 사라진다.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단순한 삶을 이루려면
더러는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단순해지고 순수해진다.
이때 명상의 문이 열린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 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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