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 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 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 복 효 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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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아래서는

크든 작든 저마다의 푼수만큼

지난밤 어둔 그늘 한 자라씩 나누어

우리 모두 제 발목에다 아프게

꿰찰 수밖에 없지만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누워

온갖 물상들의 허물 가슴으로 거두며

더욱 낮은 바다를 향해

홀로 제 아픈 등 밀고 가는 강은

그림자가 없다.

 

- 조 동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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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기 전에

당신은 벌써 와 있구려

 

자유의 아침 !

 

만유 위에 나려진

아 - 얼마나 공평한 빛깔이냐

 

굳게 걸렸던

인색의 빛장은 활짝 열리고

무거운 쇠사슬도 벗겨져

수족의 오랜 상처마저 아문

지금...

 

두마리의 후조가 깃들고

축복의 노래가 단청된 나의 처마에

창조되는 동그란 생명의

영원한 불꽃을 튀기고 있구나

 

- 함 동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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