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해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지루한 겨울이 가시기도 전에 움트기를 기다리던 씨앗들을 재촉하여 모판에 싹을 틔워 성급하게 밭에 심었다가 전부 죽이고 말았다. 다시 모종을 사서 4월쯤 밭에 심은 싹들은 가을까지 우리 식탁을 풍요로 가득 채워 주었다.

봉선화가 잘 커주었고, 맨드라미가 키는 크지 않았지만 맵시를 뽑내 주었다. 싹을 내는데 실페한 것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밖에 수많은 채소와 꽃들이 내게 행복을 안겨 주었다. 그들에게 감사 한다.

미워하며 함께했던 두더지, 다람쥐, 사슴에게 죄송한 마음 전하며, 꽃밭 망치지 말고, 새먹이 훔처 먹지 말고, 예쁜 꽃망울 따먹지 않기를 바란다.

내 욕심으로 베어 버린 나무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 드리고, 다시 좋은 생명으로 태어나 주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내 손으로 잡아서 맛있는 식탁 만들게 한 내 죄를 인정 하며 내년에는 좀더 자중할것을 물고기들에게 약속 한다.

도와주지 못하고, 좀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이들에게 송구함을 전허며, 물심으로 도움주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한해 동안 열심이 일하여서 우리 가정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신 내 마눌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더욱 따뜻한 남편이 될 것을 약속해 본다.

내년에는 시집갈 사랑하는 우리딸, 가는 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라고, 아들에게 지혜가 충만한 삶이 되기를 바란다. 

돌이켜 보니 원하고 바라는게 너무 많다. 아직 익지 못한 영혼이 께아나기위한 몸부림 이었기를 바란다.


"항상 지금 이순간을 께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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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하루종일이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저녁 나절에 그쳤다.

오늘은 영하로 떨어졌다.

꽃밭에 서릿발이 내려서 땅들이 부풀러 올랐다.

운동화 발로 꾹꾹 눌러주었다.


나는 비가 싫다. 집안에 하루종일 가두어 두니 싫다.

나는 비가 좋다. 이런날은 창가에 안아 옛동무들 생각케 하니 좋다.

비온뒤의 티없이 맑은 하늘을 볼수 있으니 좋다.


나는 하늘이 싫다. 먹구름에 가리워 빛을 볼수 없으니 싫다.

나는 하늘을 좋아 한다. 너무나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 두둥실 떠있으니 황홀하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 하기도 한다.

왜냐면 세상에 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나를 가운데 두고 세상을 맞으면 모든게 내 생각데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게 항상 옳은것은 아님을 나는 안다.

그래서 우주가 움직이듯 나를 움직이려 노력한다.

내가 너무 좋아서 행복해 할때는 내가 싫어함이 있었기 때문임을 나는 안다.


암튼 나는 겨울을 싫어 한다. 겨울은 너무 매마르고 춥다.

그러나 겨울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눈으로 온세상을 포근히 감싸주는 어머니 같은 따스함이 있다.

그래서 겨울을 좋아하지 않을수 없다.

싫든 좋든 그것은 온다.

온다는 것은 곧 간다는 의미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씩 정리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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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훌쩍 지나 아침 저녁으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아침에 달력을 보니 오늘이 말복이고 입추란다.

가을로 들어 선다는 말이다. 시절의 변화는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진리이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어쩌지 못하는게 있다는게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강도 파고 막고해서 운하를 만들고 산도 허물어서 집을 지을수 있지만 돌아가는 우주는 어쩌지 못하니 이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지구촌의 생태계가 순리데로 흘러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분이다. 우리의 입맛에 맞게 모든걸 고치려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큰재앙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올 여름은 큰더위가 없이 지나가는것 같다.

뉴스 시간에 소나기 예보는 자주 있지만 이곳엔 비가 온지 20여일이 되었다.

땅이 메말라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잎이 시들어 축축 처지다가 말라 죽고 만다

그러나 아직 모기가 극성이라서 긴바지에 모기약(OFF) 뿌리고 나가야 한다.

모기는 암컷이 피를 빤단다. 피를 빨아야 알을 낳을수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에게 해 없이 피만 빨아 간다면 얼마든지 헌혈 하겠으나, 이들에게 물리면 우선 근지러움에 참기 힘들다. 두번째는 전염병에 감염될수 있어서 문제이다. 이들도 종족 번식을 원활하게 하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것이다.

6월달인가 낚시 갔다가 모기때의 습격으로 전신이 곰보가 되었던 일이 있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나는 피부가 약하다. 손바닥 발바닥도 얇아서 뜨거운것을 들지도 못한다. 손톱도 얇아서 쉽게 부러지니 기타치는데도 지장이 많다. 암튼 그러니 모기에 물리면 그만큼 고통도 크다. 모기 습격 받은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도 모기에 물려서 어떻게 이렇게 될수가 있는지 으아해 했을 정도다.

대기 온도가 떨어지면 모기도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그래야 내가 자유로이 활동할수 있다.

난 집안에 있는게 감감함을 느낄때가 많다.

그래서 텃밭도 가꾸고 정원도 만들고 꽃도 심어 가꾸고, 이런 일들이 미국이니까 가능한것이라 생각 한다.

그런점에서는 이곳이 너무 좋다. 

오늘도 커피 한잔 들고 페리오에 나가 시원한 가을 소식을 듣고 있다.

오후에는 낚시대를 챙겨서 바다의 소식을 들으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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