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에

끝내 목이 길어진 꽃이여

기다리며 산다는 건

아름답고 섧구나

 

이젠 바람결에 들려오는 뜬소문도 끊기고

한해는 또 먼 천둥처럼

잦아 드는데

 

못오시리!

안오시리!

 

 

숙명을 다시 깨우치는

무서리가 내리는 밤

오, 한알 한알 꽃씨에 새겨 넣는

너의 타는 가슴이여

 

새봄이 되면 말문이라도 틔어

누구를 기다린다 외치려마

하늘 끝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치려마

 

- 전 병 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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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

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를

무심코 힘껏 밟고 가다가 알았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지상의 바람과 햇볕이 간혹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뿌리의 눈물을 훔처 준다는 것을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로 가서

다시 잎으로 되돌아 오는 동안

다산이 초당에 홀로 앉아

모든 길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어린 아들과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며

나도 눈물을 닦고

지상의 뿌리가 되어 눞는다

산을 움켜쥐고

지상의 뿌리가 가야할

길이 되어 눕는다.

 

- 정 호 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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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밤 하늘의 별들은 반짝입니다

 

나는 절 뒤안 같은 데로

사람들이 다 돌아간 절 뒤안 같은 데로 가서

이끼 푸른 절 기둥에 기대어 쉬고 싶습니다

 

날이 어두워 오고

어둠속에 가만히 손내밀어 잡고 싶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가만가만 서쪽 하늘에 돋아나는 별들을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습니다

 

- 김 용 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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