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겟잇 부여잡고 여수로, 버지니아로, 

살포시 마음 깨워,

창가에 일렁이는 아스라한 달빛,

밧꽃들과 노니네.

 

새벽 이슬 제치고

언덕배기 두룹 한웅큼,

막걸리 털어 넣고

초고추장에 한입 무니

바알갛게 달아 오른 볼두덩이

아침 햇살 간지럽히네.

 

세월이 부끄러워 

커피로 달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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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받아 들고 창가에 않았다.

입추가 어제인데 한여름 폭염은 계속되고 비가 행인들의 걸음을 제촉한다.

급히 또는 뚜벅으로 지나는 발, 그 밑을 스치는 신발들 오늘 일에 맞추어서 각양각색으로 예쁘다.

우리 삶을 지탱하고 나름의 목표로 이끌어 주는 각자의 소임을 충실히 하고 있다.

 

문득 초등하교 시절 기록된 영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박주용' 이란 반우의 발이다.

당시 교실 바닥은 마루가 깔려 있었고, 수업이 끝나면 책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학생들이 쓸고 닦고 청소를 한다.

모두가 분주한데 반장인 주용이는 이리저리 지시하며 서성이는데, 걸레를 밀고 업드린 자세로 힘차게 달리던 걸레에 뭔가가 부딪혀 나둥그러지고 말았다. 언둣 스처 보이는 통통하고 곱게 생긴 발등을 본것 같았다. '야 임마 똑바로 보고 못해' 호통에 엉거주춤 돌아않으니 발이 보였다. '어쩌면 저리 발이 예쁘지?'  

당시 우리집은 부친의 큰 실수로 집은 거덜나고 종고산 중턱 판자집에서 여섯식구가 끄니 때우기도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러니 내 건강은 말이 아니었겠지. 부러웠고 내가 챙피해서 '미안해' 하고 일어섰다.

가사가 빈궁하고 끄니 먹는게 어려우니 공부는 나에게 필요 없는 아니 배부른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중간 성적은 유지된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6학년 말쯤 이런일이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큐 테스트(지능적성검사)를 실시 했다. 문제를 풀고 답하는 형식 이었는데 장수가 꾀 많았다. 문제지를 풀어 가는데 왜이리 쉽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여태 본 시험중에 제일 쉬운것으로 기억되었다. 

한달쯤뒤 단임선생님(이경휘선생님)이 '너 내일 아버지 모시고 와' 엄명이 내려서 뒷날 아부지를 모시고 학교엘 갖는데, 뒷예기가 놀라웠다. 전교에서 내 아이큐가 가장 높았다고, 주용이하고 같았다고, 그런데 주용이는 전교 일등이고 난는 중간 성적이라고, 공부하면 되는 아이라고, 부친의 어깨가 한껏 올라 가셨을 것이다.

일주일 뒤에 교실에서 떠든다고 주용이가 던진 팬(잉크를 찍어서 쓰는 팬)에 뒷목에 꽃혔다. 그도 당황 했던지 내뱉는 말이 '너하고 아이큐가 같은 것은 채점을 잘못해서 그런거야, 그러니 까불지마' 

 

주용이는 그뒤 세무공무원이 되었고 일찍 하늘로 갖다고 전해 들었다.

 

이제 정리가 조금되어지는것 같다.

태평양 바닷가에서 크게 숨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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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주세요'

 

주일전만 해도 진하고 넉넉하게 즐기던 커피를 행여 병세에 영향이라도 올까해서 연하게 주문하여 어제 처럼 카페 창가에 않았다.

잔뜩 찌뿌린 날씨가 어제의 따뜻하던 햇살을 걷어 버렸다.

앞 쪽으로 나즈막한 산이 푸르고 빌딩들이 보이고 창 앞에는 대로변이다.

각자 질머진 짐민큼 등에 언저메고 무게 만큼의 발걸음으로 무표정하게, 또는 나를 힐끔 거리며 그들의 속도로 지나친다.

앞으로는 사람만큼 다양한 차들이 서로 제촉하며 걸어 가고 있다.

자그마한 아가씨가 손을 이마위에 올리고 얼굴을 가리고 간다. 아 비가 오나보다.

부슬거리던 비는 아스팔트를 적시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퍼부은다.

소나기다.

장마후 무더위가 찾아오고 한여름의 소나기가 국지적으로 퍼부어서 전국 곧곧이 물난리가 낮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매일 노는 한량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생활로 삶을 꾸려 가다보니 이런 한가한 호사는 모처럼 맞이 한다.

돌아도 보고, 앞도 내다보고, 지금의 나도 본다.

계획이 서는 것도 아니고, 지나온 삶을 반성하는 것도 없지만, 공허한 가슴은 차라리 비워있는 마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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