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땅에 가서

쉬고 싶다

 

햇볕 바른 둔덕 위에

넉넉한 품을 열고

분홍 꽃나무는 피어 있겠지

 

눈물도 얼어 있는

차가운 세월

 

시려운 손

시려운 발

시려운 마음

 

따뜻한 땅에 가서

잠들고 싶다

 

비 온 뒤에 무지개 서고

사랑하는 일

죄도 서러움도 안 되는 땅

 

정다운 어루만짐

부드러운 속삼임으로

 

금빛 찬란한

열매를 맺는

위대한 어머니가 되고 싶다.

 

- 허 영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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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씁니다.

 

무릅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씁니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이 작은 가슴 마저

시러드는 밤엔

임자없는 한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

 

- 유 안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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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귀퉁이 빈 언저리에

길게 목 늘어뜨리운 채

서러움에 야위어 가누나

 

바람소리 치마폭 뒤적일 때

나몰라라, 님의 계절을 흐르고

영혼처럼 촉촉한 빗물만 고였어라

 

사치와 독향으로 정조를 바꿀 수 없어

이대로 타들어 가는 육신을 택했으니

되려, 기다림의 한세월

노을 속에 뿌리는 축복되누나

 

 - 손 성 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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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고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 최 병 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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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핀 정원으로 찾아 간다

 

코스모스는

귀똘이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 윤 동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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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 길목에

무슨 기다림으로

사슴되어 서 있는가

 

서역만리 노을은

갈길을 재촉하며

손짓하는데

 

갈대울음이

가는 허리를

한사코 놓아주지 않는다

 

- 류 정 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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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에

끝내 목이 길어진 꽃이여

기다리며 산다는 건

아름답고 섧구나

 

이젠 바람결에 들려오는 뜬소문도 끊기고

한해는 또 먼 천둥처럼

잦아 드는데

 

못오시리!

안오시리!

 

 

숙명을 다시 깨우치는

무서리가 내리는 밤

오, 한알 한알 꽃씨에 새겨 넣는

너의 타는 가슴이여

 

새봄이 되면 말문이라도 틔어

누구를 기다린다 외치려마

하늘 끝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치려마

 

- 전 병 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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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

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를

무심코 힘껏 밟고 가다가 알았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지상의 바람과 햇볕이 간혹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뿌리의 눈물을 훔처 준다는 것을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로 가서

다시 잎으로 되돌아 오는 동안

다산이 초당에 홀로 앉아

모든 길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어린 아들과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며

나도 눈물을 닦고

지상의 뿌리가 되어 눞는다

산을 움켜쥐고

지상의 뿌리가 가야할

길이 되어 눕는다.

 

- 정 호 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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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밤 하늘의 별들은 반짝입니다

 

나는 절 뒤안 같은 데로

사람들이 다 돌아간 절 뒤안 같은 데로 가서

이끼 푸른 절 기둥에 기대어 쉬고 싶습니다

 

날이 어두워 오고

어둠속에 가만히 손내밀어 잡고 싶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가만가만 서쪽 하늘에 돋아나는 별들을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습니다

 

- 김 용 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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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한적한 풀밭에 길게 누워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눈뜨면

눈부시어요 당신 모습

저 하늘처럼 눈부시어

살며시 눈을 감고

햇살을 얼굴 가득 받을 때

꼭 당신의 얼굴이 내게로

환하게 포개져 와닿는 것 같아요

 

하늘이 파란날

한적한 풀밭에 누워

눈떴다 감았다 보고 싶은 당신

당신 생각으로 두 눈을 꼭 감습니다

 

- 김 용 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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