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 한들

어찌 내가 그 말을 하리

 

구름으로 지나가는 이 세월

너는 이승에 핀 귀여운 꽃

 

하늘의 별들이 곱다 한들

어찌 너처럼 따스하리

 

너는 정교한 하나님의 은혜

지금 노쇠한 조각구름으로

지나가는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한들

이 늦은 저녁노을

어찌 내가 그말을 하리

 

아, 귀여운 너의 모습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한들

어찌 내가 너 곁에

머물 수 있으리

 

- 조 병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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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사람이 없다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태어나

혼자서 자란 그대

 

이따금씩

바람 와 쓰다듬고

흐르는 구름이 주는

물 마시며

푸르름 넉넉하다

음모 모르고 살지만

없애려는 손 많은 팔자라서

 

고운 꽃 밭에

금잔디 곁에

웬 놈이냐고

자르고

뽑아 던진다

 

자르는 낫날 아래

피 흘리며

뿌리는 숨어,

어느 마디선가 움돋고

자람점들 힘내어

다시금 몸 키운다.

 

호미로 캐면

씨앗 드러누워

품어준 흙,

햇님의 뜨거운 입맞춤으로

푸는 생명 내밀고는

무지개 꿈꾸며

환한 웃음 웃는다.

 

- 송 봉 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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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내 이름 불러주지 않지만

척박한 땅일수록

더욱 깊게 뿌리내리고

살아있어도

죽어있는 목숨처럼

고개 접고 떨다가

뽑히고 밟힐 때마다

푸른 울음 토해 본다

한때는 너처럼

화려한 모반도 꿈꾸어 보았지만

흔들어 반겨줄 기폭 하나 없기에

모진 맘 다져 먹고

시멘트 돌자갈밭 가리지 아니하고

틈새마다 비집고 들어 앉아

빌붙어 살았지만

번듯한 집 한 채 전새내어 사는 날

질경이 노란꽃 몇 점으로

다시 피어나리라

 

- 김 숙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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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 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 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 복 효 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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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아래서는

크든 작든 저마다의 푼수만큼

지난밤 어둔 그늘 한 자라씩 나누어

우리 모두 제 발목에다 아프게

꿰찰 수밖에 없지만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누워

온갖 물상들의 허물 가슴으로 거두며

더욱 낮은 바다를 향해

홀로 제 아픈 등 밀고 가는 강은

그림자가 없다.

 

- 조 동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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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기 전에

당신은 벌써 와 있구려

 

자유의 아침 !

 

만유 위에 나려진

아 - 얼마나 공평한 빛깔이냐

 

굳게 걸렸던

인색의 빛장은 활짝 열리고

무거운 쇠사슬도 벗겨져

수족의 오랜 상처마저 아문

지금...

 

두마리의 후조가 깃들고

축복의 노래가 단청된 나의 처마에

창조되는 동그란 생명의

영원한 불꽃을 튀기고 있구나

 

- 함 동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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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물결을 내려 놓듯이

한 슬픔은 어느날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 강 은 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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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령한 새벽을 덮은 건

젖물 같은 안개지만

이것도 오래 붙들 수 있는건 아니다.

발등조차 보이지 않는 지상 구른 그러나

이것을 곧 벗겨내는 양양한 아침 햇살도

오래 붙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짧아 간절한 새벽이여

내 마음이라는 것이 머리카락 끝에 붙어

사방천지 휘날리고 있지만 그것이

내것임에도 내마음으로

한길로 모아지지 않는 사나운 들개지만

그렇다. 그것도 오래 미쳐 나갈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대여, 영원이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독설이다

내가 믿는 것은 짧아서 더 깊고

차가워서 더 빛나는 이 새벽

이 새벽의 궁휼한 시간속으로 다가서는일

그 안에 우리가 있다는 그 사실

뿐이다

 

- 신 달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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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꽝 언 겨울강이

왜 밤마다 울음소리를 내는지

너희는 아느냐

 

별들도 잠들지 못하고

왜 끝내는 겨울강을 따라 울고야 마는지

너희는 아느냐

 

산 채로 인간의 초고추장에 듬뿍 찍혀 먹힌

어린 빙어들이 너무 불쌍해

겨울강이 참다 참다 끝내는

터뜨린 울음인 줄을

 

- 정 호 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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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그리운 이를 찾아오는 고운 발자욱이기에

이다지도 사뿐사뿐 조심성스러운고?

 

장창을 새어새어 툇돌 위에 불빛이 희미한데

모밀꽃 피는듯 힌눈이 말없이 내려...

 

호젓한 가슴 먼 옛날이 그립구나.

뜰 앞에 두 활개 느리고 섰노라면

애무하는 듯 내 머리에 송이송이 쌓이는 흰 눈.

 

아, 이 마음 힌 눈 위에 가닥가닥

옛날의 조각을 다시 맞추어

그리운 그날을 고이 부르다.

 

- 노 자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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