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해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지루한 겨울이 가시기도 전에 움트기를 기다리던 씨앗들을 재촉하여 모판에 싹을 틔워 성급하게 밭에 심었다가 전부 죽이고 말았다. 다시 모종을 사서 4월쯤 밭에 심은 싹들은 가을까지 우리 식탁을 풍요로 가득 채워 주었다.

봉선화가 잘 커주었고, 맨드라미가 키는 크지 않았지만 맵시를 뽑내 주었다. 싹을 내는데 실페한 것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밖에 수많은 채소와 꽃들이 내게 행복을 안겨 주었다. 그들에게 감사 한다.

미워하며 함께했던 두더지, 다람쥐, 사슴에게 죄송한 마음 전하며, 꽃밭 망치지 말고, 새먹이 훔처 먹지 말고, 예쁜 꽃망울 따먹지 않기를 바란다.

내 욕심으로 베어 버린 나무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 드리고, 다시 좋은 생명으로 태어나 주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내 손으로 잡아서 맛있는 식탁 만들게 한 내 죄를 인정 하며 내년에는 좀더 자중할것을 물고기들에게 약속 한다.

도와주지 못하고, 좀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이들에게 송구함을 전허며, 물심으로 도움주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한해 동안 열심이 일하여서 우리 가정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신 내 마눌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더욱 따뜻한 남편이 될 것을 약속해 본다.

내년에는 시집갈 사랑하는 우리딸, 가는 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라고, 아들에게 지혜가 충만한 삶이 되기를 바란다. 

돌이켜 보니 원하고 바라는게 너무 많다. 아직 익지 못한 영혼이 께아나기위한 몸부림 이었기를 바란다.


"항상 지금 이순간을 께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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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하루종일이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저녁 나절에 그쳤다.

오늘은 영하로 떨어졌다.

꽃밭에 서릿발이 내려서 땅들이 부풀러 올랐다.

운동화 발로 꾹꾹 눌러주었다.


나는 비가 싫다. 집안에 하루종일 가두어 두니 싫다.

나는 비가 좋다. 이런날은 창가에 안아 옛동무들 생각케 하니 좋다.

비온뒤의 티없이 맑은 하늘을 볼수 있으니 좋다.


나는 하늘이 싫다. 먹구름에 가리워 빛을 볼수 없으니 싫다.

나는 하늘을 좋아 한다. 너무나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 두둥실 떠있으니 황홀하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 하기도 한다.

왜냐면 세상에 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나를 가운데 두고 세상을 맞으면 모든게 내 생각데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게 항상 옳은것은 아님을 나는 안다.

그래서 우주가 움직이듯 나를 움직이려 노력한다.

내가 너무 좋아서 행복해 할때는 내가 싫어함이 있었기 때문임을 나는 안다.


암튼 나는 겨울을 싫어 한다. 겨울은 너무 매마르고 춥다.

그러나 겨울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눈으로 온세상을 포근히 감싸주는 어머니 같은 따스함이 있다.

그래서 겨울을 좋아하지 않을수 없다.

싫든 좋든 그것은 온다.

온다는 것은 곧 간다는 의미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씩 정리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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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훌쩍 지나 아침 저녁으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아침에 달력을 보니 오늘이 말복이고 입추란다.

가을로 들어 선다는 말이다. 시절의 변화는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진리이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어쩌지 못하는게 있다는게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강도 파고 막고해서 운하를 만들고 산도 허물어서 집을 지을수 있지만 돌아가는 우주는 어쩌지 못하니 이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지구촌의 생태계가 순리데로 흘러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분이다. 우리의 입맛에 맞게 모든걸 고치려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큰재앙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올 여름은 큰더위가 없이 지나가는것 같다.

뉴스 시간에 소나기 예보는 자주 있지만 이곳엔 비가 온지 20여일이 되었다.

땅이 메말라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잎이 시들어 축축 처지다가 말라 죽고 만다

그러나 아직 모기가 극성이라서 긴바지에 모기약(OFF) 뿌리고 나가야 한다.

모기는 암컷이 피를 빤단다. 피를 빨아야 알을 낳을수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에게 해 없이 피만 빨아 간다면 얼마든지 헌혈 하겠으나, 이들에게 물리면 우선 근지러움에 참기 힘들다. 두번째는 전염병에 감염될수 있어서 문제이다. 이들도 종족 번식을 원활하게 하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것이다.

6월달인가 낚시 갔다가 모기때의 습격으로 전신이 곰보가 되었던 일이 있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나는 피부가 약하다. 손바닥 발바닥도 얇아서 뜨거운것을 들지도 못한다. 손톱도 얇아서 쉽게 부러지니 기타치는데도 지장이 많다. 암튼 그러니 모기에 물리면 그만큼 고통도 크다. 모기 습격 받은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도 모기에 물려서 어떻게 이렇게 될수가 있는지 으아해 했을 정도다.

대기 온도가 떨어지면 모기도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그래야 내가 자유로이 활동할수 있다.

난 집안에 있는게 감감함을 느낄때가 많다.

그래서 텃밭도 가꾸고 정원도 만들고 꽃도 심어 가꾸고, 이런 일들이 미국이니까 가능한것이라 생각 한다.

그런점에서는 이곳이 너무 좋다. 

오늘도 커피 한잔 들고 페리오에 나가 시원한 가을 소식을 듣고 있다.

오후에는 낚시대를 챙겨서 바다의 소식을 들으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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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부터 계획하고, 2주전에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Outer Banks로 캠핑을 갔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전날 허리케인이 그곳을 지나갔다. 그래도 큰피해 없기를 기대하며 현지에 도착하니 허리케인이 지난뒤라 날씨는 좋은데 아직 파도가 거세었다. 캠프그라운에 가까워 지니 다리 앞에서 경찰이 진을 치고 되돌려 보낸다. 다리가 문제가 있어서 안전 점검을 하고 있으며 언제 통행할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논의 끝에 가까운 호텔에서 하루 쉬면 다음날에는 들어 갈것으로 기대하고 그날은 해변에서 보냈다. 다음날이 되어도 상황은 어제와 마찬가지이고 도통 언제 통행이 가능한지 알수가 없다. 

차를 돌려 윌리엄스버그에서 하루 캠프하고 돌아 왔었다. 이나라는 갑갑한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모든것을 법으로 만들고 법속에서만 자유가 허용되는 갑갑한 나라다. 진정한 자유란 내가 호흡하고 싶을때 호흡하호, 사색하고 싶을때 사색할수 있는, 내마음에 비추어 행동하는데 막힘이 없는 그런 자유여야 한다.  지구촌에 그런 나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월요일 아침 한가로이 커피 마시며 컴앞에 않았다. 집 주위로 나무들이 절정의 여름을 맞고 있다. 잎이 우거져 볕이 줄어드니 그 아래 사는 것들은 성장이 더딜수 밖에 없다. 봉선화도 그렇고 채송아도  그렇고 백일홍 코스모스는 벌써 한해를 다 살았는지 시들어 간다. 맨드라미는 키가 크지는 안지만 튼튼하게 자라고 있고 분갈이하고 꺽꽃이해서 다섯게의 화분에 옮겨 심은 제라늄은 피빗 꽃을 눈부시게 선사하고 있다. 이제 이곳에 산지 2년이 넘어가니 많은 지식을 터득했다. 두더지에게 먹히고 다람쥐에게 밝히고 사슴, 토끼에게 먹히던 꽃나무들을 이제는 어느정도는 보호할수 있게 되었다. 봉선화가 첫 꽃망울을 터트릴때 얼마나 가슴 벅차든지... 아직도 꽃을 피고는 있지만 이제는 씨앗이 주렁주렁 달렸다. 해마다 봉선화를 볼수 있을거 같다. 


갑자기 요란한 북소리(?)가 울린다. 창밖을 내려다 보니 딱다구리 한마리가 새집을 통통통통 찍고 있다. 머리쪽이 붉은 딱따구리다. 음악을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집에 누구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인지... 이번에는 다른집에 붙어서 다라라락 쪼고 있다. 새집은 나무를 쪼는거와는 달리 소리가 울려서 한층 요란하게 들린다. 그것을 즐기는 것인지.. 그곳에 안식처를 마련하면 좋으련만. 여름이 깊어가니 해가 지면 반딧불이가 밤을 연다. 이곳 반딧불이는 한국것 보다 외소하다. 모든것이 큰 나라에서 이놈만은 예외인거 같다. 그래서 불빛도 아주 작고 에처롭기 까지 하다. 그렇더라도 반짝이며 운무를 추듯이 온마당을 볼꽃으로 수놓아 주니 더 없이 고마운 놈이다.


어렵게 핸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여름과 함께 내생활이 너무 나테해지고 늘어졌다.

더위를 핑계삼아 게을러지고, 모기를 핑계 삼아 집안에만 갇혀 사는거 같다.

이열이면 치열 이란다.

생활을 다잡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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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는 벽돌을 3파렛트 사서 꽅밭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벽돌을 가져온 빈파렛이 처분 곤란이다. 뭘할까 고심하다가 새집을 짖기로 마음 먹었다.

톱으로 자르고 못질하고 있는데 처남이 와서 보고 전기톱을 가져다 준다. 아무래도 손툽으로 자르면 삐뚤빼뚤하는데 전기톱으로 스윽 자르니 예쁘고 멋진 디자인도 할수 있어서 다섯가구를 지었다.

이것을 집 주위 나무에 달아두니 온집이 천국 같아 보인다.

머니새도 그렇지새도 와서 새끼낳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들떠 있었다.






지금 6월인데 딱 한집만 분양 되었다. 지난주에는 안되겠기에 새먹이통을 멋지게 만들었다.

좋은 나무를 사서 유리로 먹이가 보이도록 디자인해서 풍성하게 먹이도 넣어 두었다. 그런데 다람쥐(청솔모) 걱정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놈이 독차지하고 않아 있으면 새들은 구경만 할터이니 ... 고심끝에 밑둥과 지붕에 유리를 대어서 미끄러지면 못올라 올것으로 판단하고 그렇게 보강을 했다. 그런데 새먹이통의 무개가 상당하여 매달기는 무리인것 같아 배어낸 나무위에 설치를 했다.

됐다 이제 귀여운 새들 맘껏 먹고 놀아라...  그건 내생각일뿐 염려했던 다람쥐의 놀이터요, 식탁이 되어 버렸다.

유리위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다니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얄미운 다람쥐를 어떻게 막을수 있을까!




그나마 페리오에 매달아둔 먹이통에는 요즘 참새때들이 독차지 한다. 참새는 아닌거 같은데 비슷하게 생겼으니 참새로 부른다.



먹이통 아래 수발에 물을 가득 담아두니 와서 물한모금 먹고 수수먹고 푸르르 날아 다니는 것이 너무 귀여워, 이것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꽃밭에 수국잎새가 축축 늘어지는 푹푹찌는 무더운 날인데도 새들은 더위를 모르나 보다.

엇그제는 꿀새가 창아 왔었다. 릴리가 곱게 피었는데도 그곳엔 꿀이 없는지 뱅뱅 돌다 가버렸다.

꿀이 많은 곷을 찿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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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

작달막한 키에 야무지게 생긴 아가씨가 외치는 소리에 내영수증을 확인해 본다.

영수증에 “11”이 크게 보인다. 영수증을 들고 비실비실 웃으며 아미고(남미 사람을 여기선 그렇게 부른다)아가씨에게 걸어가서 씩 웃으니 “Eleven?”하고 다시 홧인한다.

햄버거와 스낵이 들은 봉투와 냅킨 그리고 캐찹을 챙겨 들고 탁자로 돌아와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 씹어 우겨 넣는다.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카라 없는 샤스를 입고 쉬는 한쪽 다리를 덜덜덜 떨고 않아서 햄버거를 우걱 거리며 씹어 봐도 나는 한국 사람이다.

Five Guys는 이곳 동부지방에만 있는 햄버거 가게이다. 서부에서 유명한 햄버거는 IN And Out이고,  맥다놀은 세계 어느곳에나 있지만 맛은 이곳보다 못하다. 그래선지 이곳엔 백인들이 그것도 젊은층이 많이 이용한다. 

내가 미국인처럼 먹고 행동해도 미국인이 되지 못하는건 조상이 한국인이니 척보면 누구라도 미국인(백인)이 아님을 안다.

이곳 미국에 온지 2년이 지났다. 이곳의 한인 2세 3세들이 여기서 교육 받고 자라서 유창한 영어로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은 한국인이다. 미국이 세계 인종 전시장이듯 온 지구촌 사람이 다 모여 살아도 백인이 지배하는 나라이니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법에 따라야 하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사는 한인중에는 마치 미국인인양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그들도 집에서는  쌀밥에 김치를 먹고 살아간다. 무엇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떤 사고방식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항상 우리는 한국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도에 독도 이름 새겨 넣는데 앞장서고, 김연하 올림픽 제심하는데 앞장서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한국인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때 그들의 존경을 받을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 어느땅에 발붙이고 살더라도 우리 민족의 정과 예의와 덕으로 삶의 지표를 삼는다면 되는 것이다.   

우리집 현관앞엔 왼쪽에 미국 국기가, 그리고 오른쪽엔 한국 국기가 꽂혀 펄럭이고 있다.

그리고 뒤뜰 페리오도 한국 국기가 팔랑이며 자랑하고 있다.

태극기를 꽂을때 타국인이라고 태러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은것도 아니지만,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집앞 잔디밭에 있는 소나무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온통 걸어 놓은 사건 외에는 다른 일은 없었다. 오히려 태극기를 보고 지나가는 백인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우리말로 인사 하기도 한다. 한번은 한국인 노인이 지나치면서 한국인이세요하고 말을 걸어 왔는데 우리집 뒤 타운하우스에 사신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분이 매주 미주경제(우리말 신문)를 우리집 담에 놓고 가시곤 한다.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일이 마음에 비추어 어긋남이 없을때 삶의 향기가 뭍어 나는가 보다.

파이브 가이에서 백인들 틈에 않아서 햄버거를 씹으며 오늘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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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넘처도 불만, 모자라도 불만, 불만 투성이다.

작년엔 눈은 안오고 매마른 추위만 있던 겨울이 지긋 지긋해서 올해는 눈이라도 좀 와다오 하고 소원 했는데, 그소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눈을 엄청 쏟아 부었다.

눈치우는 작업이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니다. 힘들지 않고 보기만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 마는 새상일이 어디 우리 생각데로 되던가.

그래도 3월 하순까지 눈을 쏟아 부으니 불만이 터질수 밖에.

암튼 동장군도 새색씨 봄처녀 앞에서는 힘을 펴지 못하는가 보다.

매화가 피었나 싶었더니 벗꼿이 피고 지고, 나뭇잎에는 푸른 기운들이 완연하다. 수선화도 진즉 피었고, 가든샵에는 각종 꽃들이 날 유혹하고 있다.

한달여를 대공사(?)를 했다.

우선 자갈을 한트럭(13톤) 사서 도로옆을  확장 포장 했고, 페리오 밑에 자갈을 깔아 보기 좋게 치장 하였고, 앞뜰에 사잇길을 만들었다.

13톤의 자갈이 그렇게 만을줄은 생각도 못했다. 짚앞 주차장에 부어둔것것을 리어카로 퍼서 낑낑데고 날라야 하는 고된 작업이 거의 다운시키고 말았다. 앞집 영감님이 내가 매일 일을 너무 열심이 하니까 걱정되어서 쓰러지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었다고 할 정도 였다.

다음으로 고목 두그루를 잘랐다. 나의 팔 한아름으로도 넘치는 큰 나무를 전문가를 불러서 $1,600에 잘라 내었다. 자르고 보니 한그루는 속이 썩어서 텅비어 있었다. 그놈이 넘어 졌으면 큰일 치룰뻔 했을거라 생각 하니 너무 다행 이었다. 암튼 이놈을 토막내어서 화분으로 만들었더니 너무 보기 좋았다. 나머지 한그루는 나무가 너무 좋아서 이것을 토막내고 샌드페이퍼로 곱게 갈고 락카칠을 해서  원탁을 멋지게 만들었다.  나머지 나무들은 토막내어 울타리 대용으로 집 주위에 빙둘러 새웠다. 몇년간 땔감 걱정을 접어 두어도 문제 없겠다.

다음으로 벽돌을 3파렛트를 사서 화단도 만들고, 뒷뜰에 화덕도 만들고, 탑도 새워서 정원을 만들었다.

이렇게 일이 크리라곤 생각지 못하고 시작 했지만 일에 빠져 한달을 보내고 나니 아직 내가 늙지는 않았구나 하는 맘도 들고 나날이 생기가 도는 삶이었슴을 피부로 느낀다. 몸은 지쳤지만...










이제 부터는 정원에 생명들을 가꾸는 일이 나를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풀한포기 흙 한줌도 전부 돈으로 사야 한다.

그런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어쩌랴, 아는분들께 양해를 구하여 벌써 두어차를 얻어와서 심었다. 각종 화초와 어린 단풍나무 그리고 쑥, 신선초, 부추, 딸기등을 심었다. 그런데 정원이 너무 넓어서 심어도 표도 안난다. 이번에 한국에서 구입한 각종 씨앗들을 모판에 심어 기르고 있는데 아직 날씨 탓인지 영 싹이 돋질 않는다.

아마 영농의 지식도 부족 한데다가 정성이 모자란듯 싶다.

지성이면 감천 이겠지 하고 공을 들여 보아야 겠다.


오늘은 비가 제법 내린다.

씨앗들이 이비를 맞고 힘차게 솟아 나오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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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으쓱이며 추위가 전신으로 퍼진다.

며칠을 눈치우랴, Garage 정리하랴, 이것저것 밀린일들을 한 것이 무리가 된 것 같다.

아랫방에 화덕에 불을 지피고 책상에 않아 날마다 새롭게,를 읽고 있으니 이제 한결 좋아 진것같다.

아침부터 내리던 겨울비도 어느세 그치고 햇볕이 쨍하게 눈부시다.

큰눈이 온뒤로 비가 두어번을 내렸는데도 눈이 아직 다녹지 않아서 겨울 햇살이 더욱 눈부시게 한다.

처마에서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간혹 들려서 제잘거리는 새소리,

화로에서 장작타는 소리,

속삭이며 땅으로 흘러드는 눈녹는 소리까지 모든게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이렇게 영혼의 에너지가 한목소리로 우리의 삶을 찬양한다.

모판에 심어둔 고추씨가 제법 많이 나왔다.

아직 나오지 못한 생명들도 모두의 바램의 에너지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구입한 냉이,  고들빼기,  상추, 시금치 ㄱ,리고 호박씨를 모판에 더 심었다. 올 봄에는 농사를 잘 지어야 할텐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오는 생명들을 보고 있으면 우주의 신비로움과 그질서에  설램과 감동으로 가슴이 꽉 차오른다.

사실 메콤한 청량고추의 앗싸함이 혀끝에 전해 오는건 감출수 없다.


지겨운 겨울이 어서 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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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의 비행기속에서 고통으로 머리가 어지러워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타는 매케한 냄새가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여보 뭐타는 냄새가 나는거 같은데"

운희도 벌떡 일어 났다. 집안은 온통 연기 투성이고 타는 냄새가 숨막힐 정도로 진동 한다.

내일 아침 먹으라고 곰국 얼려 놓은것을 불에 올려 놓고 깜빡하고 잠이든 모양이다.

우리 나이에 흔히 있는 일이니 어쩌랴.

한바탕 비상소동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누우니 잠이 들지를 안는다.

새벽 1시이니 시차 때문에 잠자기는 틀린거 같다.

뒤척이다 4시가 지니서 일어났다.

밤새 눈이 제법 쌓였다. 

작년에는 눈이 안와서 올해는 눈좀 오라고 소원을 했더니 내말을 들었나보다.

쌓인 눈을 새벽부터 쓸고 나니 머리도 한결 맑아졌다.

운희는 출근하고, 한달간 쌓인 먼지를 털고 닦고 쓸고, 화분 살피고, 

이제 집안에 사람의 온기가 돈다.

커피 한잔 내려서 햇볕 잘드는 창가에 않으니 새로움으로 온몸이 꽉찬 느낌이다.

커피는 이래야 제맛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제대로된 커피를 못마셔서 목말라 있었는데, 이것도 이제 소원 풀었다.


한국에서의 한달간 있었던 일들이 영상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어머니를 태워서 가슴에 뭍고 왔다.

모진 자식들이 다 나같지는 않겠지만, 죄스러운 마음 뼈가 애린다.

어떤 말을 해도 내 변명일 뿐이다.

저 눈처럼 하얗게 덮어 버렸으면 좋겠다.

반갑게 맞아주던 친구들, 이곳에서 그렇게 애끓게 보고싶던 친구들, 

허나 그들의 사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게 한다.

모여서 밥먹고, 술먹고, 잡담나누고, 당구치고, 화투치고, 그리고는 지자랑하는 그들이 너무 안스러워 보인다.

삶의 길이 올바른 길은 없겠지만 그들의 삶에는 뭔가가 빠져 있는 것을 본다.

허황된 꿈을 꾸는 청년들 처럼...  인생 다살아버린 노인들 처럼...

날 돌아다 볼일이다.


겨울 나무는 다벗어 버리고 속살 내어 놓으니 너무 아름 답다.

그사이로 옆집도 보이고 푸른 하늘도 보이고 별도 도욱 반작인다.

벗고 살면 저리 예쁜데, 남보기도 저리 좋은데,

겨울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커피향으로, 하얀 눈으로, 가슴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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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단풍이 너무 곱게 물들었다.

작년에는 비가 적어서였는지 물들기도 전에 말라 떨어져 버렸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수량이 풍부하여 빛갈이 너무 곱다.

이곳엔 활엽수가 많기 때문에 각종 칼라로 물들면 온동네가 환한 추색이다.

그만큼 낙엽 치우는 일도 감수해야 하지만.

어제는 Blower로 일차 불어 냈다.


지난 주말 낚시 갔다가 허탕치고 왔다.

이제 고기들이 따뜻한 곳으로 다 내려 갔나 보다.

고기 따라 가을도 지나가고 있다.

그러면 매마른 겨울이 찾아 든다.

작년 겨울은 눈이 오지 않아 너무 삭막했다.

올해는 제발 적당히 눈도 내렸으면 좋겠다.

삼라만상의 흐름이 언제나 공평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모든 생명들이 잘살수 있건만,

우주의 조화는 항상 그렇지만은 않은거 같다.

그것도 머리큰 인간이 자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뒷뜰에 모닥불 피워 고구마 구우면서

그 구수한 냄새에 붉고 노오란 단풍을 올려다 보며

가을 친구들을 생각 한다.

함께 기타치고 노래하던 친구들,

단풍 쫓아 사진찍던 친구들,

생선회에 소주잔 기울이며 사는 예기 나누던 친구들...


마음 한구석 단풍이 갈색으로 바랜다.

외로움이 스산하게 덥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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